건축재료

균열이야기(1)

김프로님 2007. 8. 1. 17:55

구조이야기 열 여섯, 균열 이야기 (1)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 균열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설계단계에서는 물론이며 시공단계에서도 당연히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균열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1970년도 말과 1980년도 초는 중동 건설붐이 한창이던 때였다.
나도 1983년 6월 거의 막바지던 아프리카 북부에 있는 리비아의 구도 벵가지의 7000세대 housing 현장에 내가 근무하던 건설회사 소속으로 발령을 받았다.
리비아에서 나의 담당업무는, 상부구조 설계자인 덴마크의 PC(precast concrete 구조) 전문회사 L&N사와 현장과의 구조 협의 업무, 일본 consultant 회사인 kurogawa와 발주처인 리비아의 commitee의 승인을 얻는 것, 구조물의 기초설계, 그리고 현장지원업무였다.
어느 날 7000세대 중 일부가 철근 콘크리트조인 아파트 현장에서 급한 전화를 받았다. 슬래브 바닥에 방사형으로 균열이 생겨서 공사가 중지되었으니 빨리 와서 원인 규명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다지 경험이 많지 않은 때였기 때문에 먼저 걱정이 앞섰다.
왜냐하면 방사형 균형은 흔하지 않은 균열이며 두 방향 슬래브의 휨에 의한 구조적인 균열현상이기 때문이었다.
우선 현장에 도착하여 현장기사와 함께 균열이 일어난 곳을 답사해 보니 슬래브의 중앙을 시점으로 해서 여러 가닥의 균열이 실제로 방사형태를 띄우고 있었다. 그리고 각층마다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균열이 반복되고 있었다.
현장기사에게 혹시 거푸집을 조기에 철거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지만 정상적으로 거푸집 철거 기일을 지켰으며 감리자의 승인이 있어야만 거푸집을 철거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철거는 어렵다고 했다.

난감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구조적 균열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답변은 뒤로 미루고 상부층에 시공 중인 곳을 한번 가 보자고 했다.
같은 위치의 철근배근 하는 곳과 철근 배근이 완료되어 콘크리트 타설이 임박한 곳을 보니 그 균열의 원인을 알 수 있었고 균열의 원인을 나를 안내한 현장기사에게 설명해 주었다.
균열의 원인이 아주 사소한 곳에 있었기 때문에 나와 나를 안내한 현장기사는 잠시 멍해졌던 기억이 난다. 
슬래브 내에 가설된 전선관이 슬래브의 하부 철근보다 밑에 깔려있어 전선관이 있는 위치에는 거의 피복이 없어 그 전선관을 따라 균열이 생긴 것이었다. 철근배근 공정과 전선관 공정이 서로 엇갈려 전선관이 먼저 시공되었고 그 다음에 철근배근이 이루어져 콘크리트 피복 사이로 모든 배관들이 지나갔기 때문에 일어난 균열이었던 것이다.
그 시절 이후에도 많은 현장의 균열을 접하였고, 구조적인 균열도 접했지만, 균열하면 이 일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구조물의 균열은 항상 사소한 부주위로 생긴다는 교훈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현장균열현상

-거푸집 동바리 침하나 조기철거로 인한 균열현상
-과하중으로 인한 구조적 균열현상